
25년 12월, 필사 문장
2025-12-01
2026 오프닝 세레머니
2026-01-01Editor's note
소소한 욕심이 부른 대참사
월간 만다르트 실패기
'만다라트(Mandalart)'
프로 계획러라면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바로 일본의 괴물 투수 오타니 쇼헤이를 성공으로 이끌었다는 전설의 차트입니다.
방식은 간단합니다. 가로세로 9칸씩, 총 81개의 칸으로 이루어진 표 한가운데에 '핵심 목표'를 적습니다. 그리고 그걸 이루기 위한 8개의 세부 목표를 정하고, 다시 그걸 실행할 64개의 구체적인 행동 지침으로 쪼개는 것이죠. 빈틈없는 81개의 칸이 곧 성공으로 가는 지도가 되는 셈입니다.
작년 4월, 이 만다라트를 알게 되고 남들보다 조금 늦은 그러나 비장한 각오로 다이어리를 펼쳤습니다.
"1년 계획은 너무 길어.
나는 이걸 '한 달' 단위로 쪼개서 4월 한 달 동안 아주 갓생을 살아보겠어!"
그렇게 저는 '4월의 만다라트'를 시작했습니다. 전략은 '소소함'이었습니다. 거창한 목표는 지키기 힘드니까, 아주 작고 만만한 것들로 81칸을 채워보자는 심산이었죠.
가운데에 해당 달을 적고, 주변 칸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화장실 청소, 남편과 산책, 블로그 한 주에 2회 업로드 등등
처음엔 신나서 적어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한 20칸쯤 채웠을까요? 점점 적는 속도가 느려지더니 급기야 펜이 멈췄습니다. 소소한 것도 정도가 있지, 한 달 동안 해야 할 81가지의 미션을 만들어내려니 정말 더 이상 생각이 안나서 머리를 쥐어 뜯게 되더라고요. 나중엔 칸을 메우기 위해 '숨쉬기', '눈 깜빡이기'라도 적어야 하나 고민하며 억지로 빈칸을 채워 넣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재앙은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억지로 채워 넣은 그 수십 개의 '소소한 목표'들이 떼거지로 몰려오기 시작했거든요.
냉장고 문을 열면 '아, 냉장고 정리해야하는데 .'
침대에 누워서는 '아, 오늘 산책해야하는데.'
삶을 즐겁게 하려고 만든 목표들이, 어느새 제 목을 조르는 '체크리스트 감옥'이 되어버렸습니다. 쉬운 일도 80개가 넘으면 더 이상 루틴이 아니라 폭격이더라고요.
결국 저는 4월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너덜너덜해진 만다라트를 덮어버렸습니다. 계속해서 몇 달 도전했지만 역시나 무리였습니다. 칸을 다 채우지도 못했고, 채운 것조차 지키지 못한 완벽한 실패가 몇 달 이어졌을 뿐이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입력값을 81개 꽉 채워야 비로소 작동하는 기계가 아닌데, 제가 제 삶을 빈칸 없이 '목표'로만 채워야 하는 숙제판처럼 대하고 있었다는 것을요.
애초에 1년짜리 지도를 한 달 만에 완성하려 했으니, 체하는 게 당연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2026년에 다시 만다라트를 펼쳤습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는 81개의 칸을 모두 채우려 애쓰지 않을 거라는 점입니다. 듬성듬성 빈칸이 보여도 불안해하는 대신, 그곳을 '여백'이라 부르기로 마음 먹었거든요.
빼곡하게 채워진 하루도 뿌듯하지만, 빈칸이 숭숭 뚫린 하루도 우리가 지치지 않고 오래가려면 반드시 필요하니까요.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되, 그 계획에 나를 가두지는 않는 2026년. 우리 이번에는 조금 더 헐렁한 마음으로 시작해 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