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년 1월, 필사 문장
2026-01-01
[쏙 문구함: SPACE]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 송파에서 강동까지
2026-02-01[큐레이션]
소란한 마음을 잠재우는
3가지 감각
1월의 분주함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다들 새로운 목표를 향해 힘차게 달리셨나요? 사실 저는 남들보다 조금 느린 1월을 보냈습니다. 지난달 간단한(?) 수술을 하게 되면서 새해에는 전력질주 하고 싶었던 제 의지의 속도와는 무관하게 천천히 걸어야 했거든요.
창밖은 새로운 시작을 외치는 소리들로 소란스러운데, 방 안에 누워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무언가를 더 채우려 애쓰기보다, 지금은 이 소란을 끄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구나.'
달리지 못해 불안했던 마음은, 오히려 멈춰 서서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 시간을 채워주었던 소박한 취향들을 모았습니다. 나를 위로해 주는 문장과 멜로디가 당신의 일상에도 스며들어, 잠시 숨 고를 여유를 선물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by @ez.record
🎵 Music <나는 지금>
- 오존(O3ohn)
"떠나간다 멀어진다 사라진다 / 나는 지금 "
최근 차를 타고 가다 우연히 듣게 된 노래인데, 곡이 너무 좋아 바로 저장해 두었습니다. 저는 오존이 부른 버전으로 처음 접했는데, 찾아보니 원곡자는 김광석의 명곡 <서른 즈음에>를 만든 강승원 음악감독이더라고요. 그가 40대가 되어 쓴 이 곡은, 지나가는 청춘을 아쉬워하던 30대의 자신에게 보내는 '담담한 답가(Reply)'같은 곡이라고 해요.
그 이야기가 30대 중반인 제 마음에 깊이 박혔습니다. <서른 즈음에>를 흥얼거리던 20대를 지나, 어느새 흘러간 시간을 아쉬워하는 나이가 된 제 모습이 가사 위에 겹쳐 보였거든요. '어느새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내 마음은 여전히 청춘인데 말이죠...
백 마디의 어설픈 조언보다 깊은 침묵이 더 필요한 그런 순간. 오존의 목소리는 마치 새벽녘의 안개 같습니다. 몽환적이고 나른한 멜로디에 몸을 맡기다 보면,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신경줄이 비로소 느슨해짐을 느낍니다.
억지로 해답을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저 흐르는 이 음악 속에 복잡한 마음을 가만히 띄워 보내시길 바랍니다.
📖 Book <나를 움직인 문장들>
- 오하림 저
"결국 나를 만든 건 일상에 쌓인 평범한 문장들이었다."
사실 저에게도 보물단지 같은 노트가 하나 있습니다. 책이나 영화를 보다가 마음에 콕 박히는 문장이 있으면 무조건 옮겨 적어두던 노트죠. 이 책을 읽다 문득 그 노트가 생각나 먼지를 털고 다시 펼쳐보았습니다. 가득 적힌 문장들을 쭉 읽어 내려가는데, 과거의 저를 칭찬해 주고 싶더라고요.
'그때의 나, 참 좋은 마음들을 잘도 모아뒀구나.'

오하림 작가의 책도 그렇습니다. 거창한 명언이 아니라 어느 프로그램 속 대사, 광고 문구, 누군가의 인터뷰 기사에서 주워 담은 소박한 문장들이 가득합니다.
그중 제가 가장 기억하고 싶은 문장은 이겁니다.
"근력 운동에서 실패 지점에 도달했다는 건 더 이상 반복할 수 없는 체력적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매일 운동을 반복하면서 그 실패 지점을 늘려갈 거예요. 그러니까 이 실패는 단순한 실패의 의미가 아니에요. 재미있죠?"
- <나를 움직이는 문장들, 오하림> 중 김진우 원장(나의 PT 선생님)
책을 덮고 나서 다짐했습니다. 한동안 멈췄던 저의 문장 수집을 다시 차곡차곡 시작해야겠다고요.
여러분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빈 노트와 펜을 찾게 되실지도 모릅니다. 흩어지는 문장들을 붙잡아두는 기쁨, 우리 다시 시작해 볼까요?
🎬 Movie <패터슨 (Paterson)>

매일 아침 6시 10분에 눈을 뜨고, 정해진 노선을 따라 버스를 운전하는 남자 패터슨. 영화는 그의 지루하리만큼 반복적인 일상을 덤덤하게 비춥니다.
하지만 그 똑같은 하루 속에서 패터슨의 눈과 귀는 언제나 깨어 있습니다. 그는 식탁 위의 성냥갑 하나, 아내의 웃음소리,버스 승객들의 시시콜콜한 대화같은 사소한 것들을 놓치지 않습니다. 그의 비밀 노트 속에서 지루한 일상은 더 이상 지루함이 아닌, 운율이 깃든 아름다운 예술이 됩니다. 이를 통해 영화는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예술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당신이 무심코 지나친 오늘 하루 속에 숨어 있다"고요.
영화의 끝 무렵, 소중히 써온 노트를 잃어버리고 상심한 그에게 낯선 시인이 새 노트를 건네며 이 말을 남깁니다. "때로는 텅 빈 페이지가 가장 많은 가능성을 선사하죠(Sometimes an empty page presents the most possibilities)."
어쩌면 우리 앞에 놓인 하얀 종이는 막막함이 아니라,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자유일지도 모릅니다. 특별한 사건 없이도 묵묵히 채워가는 당신의 기록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 영화를 통해 확인해 보세요.

"때론 텅 빈 페이지가 가장 많은 가능성을 선사하죠."
(Sometimes an empty page presents the most possibilities.)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의 한 구절, 가슴을 울렸던 영화 대사, 혹은 힘이 되는 노래 가사를 적어보세요. 만약, 무엇을 적어야 할지 고민이 되신다면, 이번 달 '쏙' 필사 문장을 한 번 적어보시길 추천 드려요.
Soque — where stories soak 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