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올해의 나, 잘 지냈을까? (Vol. 2, 25년 12월)
2025-11-01회고의 기술
흐릿한 1년을
선명하게
기록을 좋아하시는 여러분, 혹시 '회고(Retrospective)'와 '추억(Reminiscence)'의 차이를 아시나요? 많은 분이 연말이 되면 다이어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봅니다. "아, 이때 참 좋았지", "이때는 진짜 힘들었네"라며 감상에 젖습니다. 이것은 훌륭한 '추억'입니다. 추억은 감정을 어루만져 주지만, 내년을 바꿀 힘을 주지는 못합니다.
반면 '회고'는 철저하게 다음 발자국을 위한 행위입니다. 경험에서 '데이터'를 추출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음의 '전략'을 수정하는 일이죠. 감정이 아닌 사실을 마주할 때, 비로소 흐릿했던 1년이 선명한 지혜로 바뀝니다.
오늘은 여러분의 기록을 단순한 '과거의 흔적'에서 '미래의 나침반'으로 바꿔줄 두 가지 전문적인 회고 프레임워크를 소개합니다. 펜과 노트를 꺼내, 진짜 회고를 시작해 봅시다.
🎁 여러분이 바로 따라 하실 수 있도록 [Soque 2025 연말 회고 키트(Notion)]를 미리 만들어 두었습니다. 아래 버튼을 눌러 템플릿을 먼저 띄워두고, 저와 함께 한 단계씩 시작해 볼까요?

1. AAR (After Action Review)
간극에서 배우는 지혜
첫 번째로 소개할 방법은 AAR(After Action Review) 입니다.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에서 성과 분석 도구로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우리는 종종 결과가 좋으면 "내가 잘해서"라고 생각하고, 나쁘면 "운이 없어서" 혹은 "내가 게을러서"라고 퉁치고 넘어갑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성장의 단서를 찾을 수 없습니다.
AAR의 핵심은 '최초의 의도(Expectation)'와 '실제 결과(Reality)' 사이의 간극(Gap)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입니다. 이 간극 안에 2026년을 위한 진짜 힌트가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How to:
AAR 4단계 회고법
올해 가장 아쉬웠던 목표 하나, 혹은 가장 잘했던 목표 하나를 골라 아래 4가지 질문을 던져보세요.
✅ 질문 1: (초기 의도) 나는 당시에 무엇을 얻으려 했는가?
"독서 열심히 하기"처럼 모호한 목표는 회고할 수 없습니다. 당시 내가 바랐던 구체적인 상태를 되살려 적습니다. 수치나 기한이 있었다면 더 좋습니다.
😭 Bad: 책 많이 읽기
😃 Good: 매달 책 2권을 읽고, 인스타그램에 서평 2개 업로드하기
✅ 질문 2: (실제 결과)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감정 배제'입니다. "망했다", "게을렀다" 같은 판단의 언어는 빼고, CCTV를 돌려보듯 오직 '사실(Fact)'만 적습니다.
✍🏻 기록: 1월부터 3월까지는 매달 2권씩 읽었으나, 4월부터 회사 업무가 바빠지면서 11월까지 총 3권밖에 읽지 못함. 서평은 총 5개 업로드함.
✅ 질문 3: (원인 분석) 왜 차이가 발생했는가? ⭐⭐
의도와 결과 사이의 간극이 발생한 '진짜 이유'를 찾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의지가 부족해서"라며 자책합니다. 하지만 의지는 죄가 없습니다. '지속 가능하지 않았던 시스템'이나 '예상치 못한 환경'에서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표면적 이유: 퇴근하고 피곤해서 책을 못 폈다. (의지 탓)
🔍심층적 이유: 독서 시간을 '퇴근 후 밤 10시'로 잡은 것이 패착이었다. 이 시간엔 내 에너지가 0에 가깝다. 반면 1~3월에 성공했던 이유는 '독서 모임'이라는 강제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스템)
✅ 질문 4: (배운 점) 앞으로 무엇을 유지하고, 무엇을 바꿀 것인가?
분석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행동 규칙'으로 만듭니다. 이것이 바로 지혜입니다.
👍 유지할 점: 혼자 읽기보다 '함께 읽는 환경(강제성)'이 나에게 효과적이다.
🪄 바꿀 점: 독서 시간을 '밤'에서 '주말 오전'이나 '출근길 지하철'로 변경한다

[예시] Soque 에디터 실제 AAR 적용기
✏️ AAR 적용기 예시
저는 모닝루틴 실패 경험을 AAR로 분석했는데요, 분석을 하다보니 내가 의지가 부족하다기 보다는 모닝 루틴으로저는 모닝루틴 실패 경험을 AAR로 분석했는데요, 분석을 하다보니 내가 의지가 부족하다기 보다는 모닝 루틴으로 과도하게 많은 일을 하려고 했던 것이 무리였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천리 길도 한 걸음 부터라 했는데 처음 모닝 루틴을 만들면서 과한 열정으로 너무 많은 것을 아침에 하려고 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발견하고는 처음으로 돌아가 모닝 루틴을 최소한만 남겨서 다시 하나씩 하나씩 적응해보는 중입니다. 부담스럽던 아침이 조금은 편해진 기분이 듭니다. 저는 모닝루틴으로 분석했지만 아래 예시는 이해를 돕기 위해, 많은 분이 도전하시는 '미라클 모닝(아침 일기 쓰기)' 실패 사례를 AAR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천천히 보시며 여러분들도 여러분의 어려웠던 경험을 분석해보는 시간이 되시길 바라요.
01.
의도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서 30분간 모닝 페이지(일기)를 쓰고 하루를 시작한다.
02.
결과
첫 2주는 성공했으나, 한 달 뒤부터는 일주일에 1번도 겨우 했다. 11월인 지금은 아예 안 한다.
03.
원인
(자책 대신 분석)
전날 취침 시간이 불규칙했다 (새벽 1~2시 취침). 일어나자마자 기록하려면 책상에 앉아야 하는데, 겨울이 되니 책상 공기가 너무 차가워서 이불 밖으로 나가기 싫었다. '반드시 30분'을 채워야 한다는 압박감에, 늦게 일어나면 아예 포기해 버렸다.
04.
배울 점
(내년을 위한 전략)
기상 시간보다 '취침 시간 (밤 12시 이전)'을 먼저 통제해야 아침이 열린다. 겨울에는 책상 대신 침대 옆 협탁에 노트와 펜을 두고, 일어나자마자 이불 속에서 쓴다. '30분' 대신 '세 줄 쓰기'로 목표를 낮춰 성공 경험을 먼저 쌓는다.
어떤가요? "난 역시 게을러"로 끝날 뻔한 실패담이, AAR을 거치니 "겨울엔 협탁에 노트를 두자"라는 아주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전략으로 바뀌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기록이 삶을 성장시키는 방식입니다.
2. KPT (Keep, Problem, Try)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
AAR이 깊이 있는 분석을 도와준다면, KPT(Keep, Problem, Try)는 내년의 구체적인 행동 전략을 짜는 데 최적화된 도구입니다. 주로 애자일(Agile) 개발 팀에서 많이 쓰이지만, 개인의 습관 성형에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많은 분이 새해 목표를 세울 때 'Reset' 버튼을 누르려 합니다. "올해는 망했으니 내년엔 완전히 새롭게 살아야지!" 하지만 삶은 리셋되지 않습니다. KPT는 삶을 유지 보수하며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방식입니다.
저는 올해 초 불렛저널을 작성하며 KPT회고 방식을 사용해 주 단위로 회고를 했었는데요, 처음에는 이렇게 회고를 주마다 하는게 너무 어려웠습니다. 무슨 말을 써야할지 잘 모르겠고, 구체적으로 생각이 되지 않더라구요. 그런데 한 달, 두 달 계속 하다보니 처음과 다르게 점점 더 계속 유지해야 할 것들과, 문제점, 그리고 시도해볼 것들이 뾰족해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뭐든 처음 할 때는 다 익숙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어렵고, 귀찮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하다보면, 어느 순간 뿌옇게만 보이던 일상의 초점이 선명하게 맞춰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흐릿했던 하루가 뾰족한 지혜로 바뀌는 그 짜릿한 순간을 여러분도 꼭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How to:
KPT 3단계 회고법
노트를 세로로 3등분 하거나, 세 가지 질문을 차례로 적어 내려갑니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반드시 Keep → Problem → Try 순으로 진행해주세요.
✅ ① Keep (유지할 점): "나, 이건 좀 잘했네?"
✔️ 아무리 엉망인 한 해였어도, 분명히 잘한 점은 있습니다. 그것을 찾아내어 내년에도 가져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 사소한 것이라도 좋습니다. 결과뿐만 아니라 '좋았던 태도'나 '과정'을 적으세요. 이것은 자존감을 지켜주는 안전벨트 역할을 합니다.
예시: 힘들어도 하루 한 줄은 꼭 기록한 끈기, 주말에는 늦잠 자지 않고 산책 나간 습관.
✅ ② Problem (아쉬운 점): "이게 자꾸 발목을 잡네"
✔️ 나를 힘들게 했거나 성장을 방해한 '걸림돌'을 찾습니다.
💡 단순한 불평(Complain)이 아니라,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해야 합니다.
"돈이 없다"는 불평이지만,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배달 음식을 시켜서 식비가 초과된다"는 Problem입니다.
구체적인 '원인'을 함께 적으면 좋습니다.
⭐ ③ Try (시도할 점): "그럼, 이렇게 한번 해볼까?"
✔️ 가장 중요 Problem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 턴에 시도할
구체적인 행동(Action Item)입니다.
💡 KPT의 핵심은 Try입니다. 막연한 다짐은 안 됩니다.
당장 내일부터 실행 가능한 행동이어야 합니다.
😭 배달 음식 줄이기, 아껴 쓰기. (마음가짐)
😊 배달 앱 삭제하기, 퇴근길에 편의점 들르지 않고 바로 집으로 가기. (행동)
✏️ KPT 적용기 예시
'문구 덕후'의 소비 습관 교정 KPT
이해를 돕기 위해, '돈 관리(소비 습관)'를 주제로 KPT를 적용해 보겠습니다.
KEEP
잘한 점
매달 월급날 적금 50만 원 자동이체는 한 번도 빠뜨리지 않았다.
(강제 저축 시스템 굿!)
가계부 어플을 설치해서 지출 내역을 꾸준히 기록했다.
PROBLEM
문제점 & 원인
인스타그램에서 '다꾸' 영상을 볼 때마다 충동적으로 스티커를 결제한다. 사놓고 안 쓰는 펜과 마스킹 테이프가 책상에 쌓여서 볼 때마다 죄책감이 든다.
월말이 되면 식비를 줄여서 문구류 할부 값을 갚느라 삶의 질이 떨어진다.
TRY
구체적인 해결책
(충동구매 차단) 결제하기 전에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3일 뒤'에 다시 보기
(재고 소진) '문구 금식' 선언!
집에 있는 스티커를 다 쓸 때까지 새 스티커 구매 금지
(대체 행동) 사고 싶은 게 생기면, 갖고 싶은 이유를 다이어리에 상세하게 글로 적어보기
(물욕을 기록으로 풀기)
Soque
이 예시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Problem과 Try의 연결입니다. "충동적으로 산다"는 문제를 발견했기에, "결제하기 전에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3일 뒤'에 다시 보기"라는 아주 구체적인 Try가 나올 수 있었습니다.
📋 Summary:
AAR vs KPT,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요?
두 가지 방법 모두 훌륭하지만, 나의 상황에 따라 더 효과적인 도구가 있습니다. 지금 나의 마음 상태와 가장 비슷한 항목을 체크해 보세요.
기록이 삶에 스며드는(Soak) 순간 회고는 나를 법정에 세워 심판하는 시간이 아닙니다. 오히려 1년 동안 고군분투한 나를 연구실의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관찰하는 시간입니다.
"나는 어떤 환경에서 시들었을까?" (AAR 분석)
"내년에는 어떤 영양분을 더 주면 좋을까?" (KPT 전략)
이 두 가지 도구를 활용해 여러분의 2025년을 분석해 보세요. 듬성듬성 빈 페이지가 많은 다이어리라도 괜찮습니다. 그 공백조차도 "내가 언제 기록을 놓치는지"를 알려주는 훌륭한 데이터니까요.
여러분의 기록이 단지 글자가 아닌,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지혜로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