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올해의 나, 잘 지냈을까? (Vol. 2, 25년 12월)
2025-11-01이번 달 문장 필사
이번 달 필사 문장은 크리스티앙 보뱅의 <가벼운 마음> 에서 가져와 봤습니다.
가벼움은 어디에나 있다. 여름비의 도도한 서늘함에, 침대맡에 팽개쳐둔 펼쳐진 책의 날개들에, 일할 때 들려오는 수도원 종소리에, 활기찬 아이들의 떠들썩한 소음에, 풀잎을 씹듯 수천 번 중얼거린 이름에, 쥐라산맥의 구불구불한 도로에서 모퉁이를 돌아가는 빛의 요정 안에, 슈베르트의 소나타에서 언뜻언뜻 보이는 가난 속에, 저녁마다 덧창을 느릿느릿 닫는 의식에, 청색, 연청색, 청자색을 입히는 섬세한 붓질에, 갓난아기의 눈꺼풀 위에, 기다리던 편지를 읽기 전에 잠시 뜸을 들이다 열어 보는 몽글몽글한 마음에, 땅바닥에서 '팡'하고 터지는 밤껍질 소리에, 꽁꽁 언 호수에서 미끄러지는 개의 서투른 걸음에. 이 정도로 해두겠다.
당신도 볼 수 있듯, 가벼움은 어디에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벼움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드물고 희박해서 찾기 힘들다면, 그 까닭은 어디에나 있는 것을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기술이 우리에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문장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천천히 맑아집니다. 요즘 우리는 해야 할 일들 속에서, ‘잘 해야 한다’는 마음속 다짐 속에서 자주 무거워지죠. SNS를 보다 보면 단순한 즐거움보다 전략과 비교의 감정이 먼저 올라오기도 하고요.
그런 날, 이 문장을 다시 읽으면 마음이 조용히 풀립니다.
그래, 조금 가볍게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붙잡지 않아도 될 것을 쥐고 있던 힘이 서서히 풀리고, 단순함이 다시 위로처럼 다가옵니다.
가벼움은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 아침 햇살이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순간, 따뜻한 머그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쥘 때, 하루를 정리하며 다이어리 한 줄을 남기는 그 짧은 시간에도 가벼움은 늘 우리 곁에 머물고 있죠.
이번 달엔 이 문장을 천천히 따라 써보세요. 펜 끝에 마음이 닿는 순간,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풀려나갈지도 모릅니다. 한 글자씩 적어 내려가다 보면, 무겁던 하루가 조금은 느슨해지고 당신의 일상 속에도 작고 가벼운 숨이 스며들 거예요.
[EVENT] 11월 필사 문장
쏙이 제시한 이번 달 필사문장, 또는 이번 달 마음에 남았던 자신의 필사 문장을 사진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려주세요. 피드나 스토리, 어떤 방식이든 괜찮아요. 업로드 시 @ez.record를 꼭 태그해 주세요.
참여해 주신 분들 중 추첨을 통해 총 4분께 에피그래프의〈Drag Me〉스티커(2명), 〈Log Me〉 스티커(2명)를 선물로 드립니다.
참여 마감: 11월 16일(일) 자정까지
* 당첨 안내: 11월 18일 추첨 후 개발 DM 발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