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올해의 나, 잘 지냈을까? (Vol. 2, 25년 12월)
2025-11-01Soque 첫 걸음

어릴 때부터 저는 글씨 쓰는 걸 좋아하고, 기록하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좋아하는 문장을 공책에 옮겨 적거나, 새로운 다이어리를 사면 괜히 별것도 아닌 사소한 것들까지도 열심히 쓰곤 했죠. 그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언니들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언니들은 좋은 글이나 노래 가사를 발견하면 늘 메모장이나 다이어리에 옮겨 적었거든요. 그 모습을 보며 자라서인지 좋은 문장을 만나면 자연스레 노트에 필사를 하곤 했죠. 그런 시간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처럼 꾸준히 기록하지는 못했을지도 몰라요. 언니들 덕분에 학창 시절을 지나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도 다이어리를 손에서 놓지 않았고, 늘 ‘기록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었어요.

첫 사업을 시작하다 - Alleyway Studio
그러다 저는 언니와 함께 앨리웨이스튜디오라는 브랜드를 직접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제품을 준비하고 전시와, 백화점 팝업을 준비하며 매일 무언가를 만들어내던 시기였죠. 그 시간 동안 저는 늘 여러 일을 동시에 움직였어요. 기획과 제작, 일정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발주까지. 하루를 계획하고 조율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루틴이 되었습니다.

사업이 성장하면서 업무의 범위는 빠르게 확장되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네이버 스토어나 오늘의집 등 여러 채널에서 제품 판매가 이루어졌어요. 직접 온라인 쇼핑몰 을 운영해보고 싶어, 홈페이지도 제작 했어요. 오프라인에서는 백화점 팝업 준비, 신제품 촬영, 판매까지 여러 과정이 한꺼번에 진행되었죠. 특히, 커스텀 청첩장 제작은 예비 신랑/신부님들의 세밀한 요청사항을 받고 조율해야 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디자인 시안 검토부터 일정 조정, 인쇄와 납품까지 모든 과정을 기록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한순간에 놓치기 쉬웠습니다.
그 복잡한 흐름 속에서 기록은 언제나 저를 제자리에 돌려놓는 도구였어요. 매일의 작업과 일정을 정리하고, 해야 할 일들을 다이어리에 세분화하며, 프로젝트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저는 늘 페이지 위에서 하루를 조율했습니다.
어떤 날엔 다이어리 한 장이 하루의 지도였고, 또 어떤 날엔 계획이 어긋난 이유를 적어보며 다시 중심을 잡는 나침반이 되어주기도 했죠. 그렇게 쌓인 수많은 페이지들이 결국 앨리웨이스튜디오의 시간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앨리웨이 사업을 하며 작성했던 기록 모습들. 지금은 결혼을 준비하며 새로운 시작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때의 기록들은 여전히 제 곁에 남아 있습니다. 그 기록들은 단순한 흔적이 아니라, 제가 일하고, 성장하고, 버텨낸 방식의 증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Soque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Soque는 결과를 이야기 하는 곳이 아니라, 매일 이어지는 과정을 기록하는 공간이 되고 자 합니다. 기록을 잘하는 법보다, 기록을 통해 나를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Soque이 뭐냐면요,
영어사전
🔍 soak
❌
soak
[souk]
verb
- To make something very wet by immersing it in liquid
-> 예: 수건을 물에 담그다, 옷을 적시다 - To absorb or take in (a liquid, feeling, or information)
-> (지식, 감정, 분위기 등을) 스며들게 하다, 흡수하다 - To learn or understand something gradually
-> (지식이나 정보가) 서서히 이해되다, 머릿속에 들어오다
뉴스레터의 이름을 고민하던 중, ‘몰입하다’, ‘흡수하다’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 soak이 떠올랐어요. 한글 발음으로 읽으면 ‘쏙’이 되더라고요. 한글 단어 ‘쏙’을 찾아보니,“어떤 것에 매우 탐닉하는 모양”이라는 뜻이 있었어요. 순간 '이건 내가 만들어갈 브랜드에 어울리는 이름이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조금 변형을 해 Soque라는 이름을 정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홈페이지 주소는 '나(me)에게 쏙 빠지다', '기록에 쏙 몰입하다'라는 의미를 담아 soque.me로 정했어요.
사실 저는 늘 스스로를 창의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기에, 이름을 짓는 일이 참 어려웠어요. 하지만 오랜 고민 끝에 ‘쏙’이라는 마음에 쏙 드는 이름을 갖게 되어 참 기쁩니다.
앞으로 '쏙' 뉴스레터에서는 기록에 관한 이야기들을 한 달에 한 번씩 나누려고 해요. 기록을 통해 나 자신을 더 이해하고, 지금 이 삶에 몰입하며 조금씩 성장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기록이란 건 결국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들을 붙잡고, 그 속에서 의미와 재미를 발견하는 삶의 도구라고 생각해요.
'쏙'은 그런 도구가 되고 싶습니다.
기록하는 당신의 일상에, 조용히 그리고 깊숙이 쏙 들어가 함께하고 싶습니다. 기록에 몰입하고,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순간을 함께 나누어요.
Soque — where stories soak 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