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올해의 나, 잘 지냈을까? (Vol. 2, 25년 12월)
2025-11-01비워야
스며듭니다
2026년을 위한
여백의 기술
12월이 되면 우리는 새로운 씨앗(계획)을 구하느라 분주합니다. 하지만 농부는 씨앗을 심기 전, 가장 먼저 밭의 상태를 살핍니다. 돌과 잡초로 가득 찬 땅에는 아무리 좋은 씨앗도 뿌리내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일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중력을 갉아먹는 '디지털 잡동사니'와 사랑해서 데려왔지만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치된 문구들'은 우리 마음속의 잡초와 같습니다. 이 묵은 짐들을 덜어내야 비로소 새로운 가능성이 들어올 '여백'이 생깁니다.
무작정 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소중한 것은 남기고, 불필요한 것은 우아하게 떠나보내는 법을 소개합니다.
Part 1. 물리적 정리
문구의 죄책감 씻어내기
기록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책상에는 공통적인 비극이 있습니다. 바로 쓰다 만 노트,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 모를 펜들, 그리고 서랍 속에서 화석이 되어가는 스티커들이죠. 이것들을 방치하면 볼 때마다 "아, 나 또 돈 낭비했네"라는 무의식적 자책을 하게 됩니다.

1. 쓰다 만 노트 심폐소생술
버리기 아깝다면 과감하게 막 쓰는 메모장으로 용도를 바꿔주세요.
✅ 칼로 오려내기:
쓴 부분만 칼로 깔끔하게 오려내어 별도의 파일에 보관하거나 파쇄합니다. 남은 뒷부분은 훌륭한 '새 노트'가 됩니다.
✅ 막 쓰는 노트(Scrap)로 강등:
"이건 이제부터 낙서장이야"라고 이름을 붙여주세요. 아이디어 스케치나 전화 메모용으로 부담 없이 쓰면 한 권을 뚝딱 비울 수 있습니다.

저는 쓰다만 위클리 노트를 찢고, 감사일기 노트로 변경해줬어요. 맨 앞장은 풀로 붙여서 새노트처럼 보이게 만들었어요 :)
2. 펜 100% 전수 조사
모든 펜을 꺼내 빈 종이에 그어보세요.

✅ 안 나오는 펜:
미련 없이 버립니다.
(다 쓴 펜은 성실함의 증거로 사진 한 장 찍고 보내주세요)
✅ 안 쓰는 펜:
멀쩡하지만 내 취향이 아니라서 손이 안 가는 펜은 과감하게 주변에 나눔하거나 기부하세요. 펜 꽂이에는 내가 사랑하는 '최애'만 남겨야 기록하고 싶어집니다.
3. 스티커 구출 작전
스티커를 사놓고도 못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어디에 뭐가 있는지 몰라서"입니다. 서랍 속 미로에서 스티커를 구출하는 2단계 시스템을 소개합니다.

1 단계 (보관): 나만의 스티커 아카이브 만들기
봉투째로 굴러다니는 스티커들을 바인더에 꽂아 정리하세요. 마치 식당 메뉴판처럼 한 장씩 넘겨보며 "오늘은 이거 써야지!" 하고 고르는 맛이 생깁니다. 뒤적거리는 스트레스만 없어져도 활용도가 200% 올라갑니다.
2 단계 (활용): 책상 위 VIP 트레이 운영
바인더에서 '이번 주에 쓸 스티커'를 골라 작은 접시나 트레이에 담아 책상 위에 꺼내두세요. 눈에 보여야 손이 가고, 그래야 스티커로서의 생명을 얻습니다.
🖐️번외 (방출): 나눔 봉투 만들기
취향이 변해 안 쓰는 스티커는 작은 봉투에 담아 친구들에게 선물하세요. 나는 비워서 가볍고, 친구는 받아서 기쁜 최고의 연말 선물이 됩니다.


* 종류별로 스티커를 정리하고 보기 쉽게 이름을 붙여주세요.
Part 2. 디지털 정리
뇌의 용량 확보하기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정리되지 않은 파일들은 뇌의 백그라운드 앱처럼 우리의 에너지를 야금야금 잡아먹습니다. 딱 5가지만 정리해도 머리가 맑아집니다.
1. 갤러리 스크린샷 다이어트 📸
"나중에 봐야지" 하고 캡처한 정보의 유효기간은 보통 3일입니다. 그 이후에는 정보가 아니라 '디지털 쓰레기'가 됩니다.
갤러리에서 '스크린샷' 폴더를 엽니다. 정보로서 가치가 있는 것은 노션이나 메모장에 옮겨 적고, 이미 지난 정보나 감성 짤은 과감하게 삭제하세요. (목표: 100장 이하로 줄이기)
2. 알림(Push) 끄기 🔕
수시로 울리는 쇼핑 앱 알림은 내 집중력을 훔치는 주범입니다. 타인이 보낸 신호에 반응하며 살지 말고, 내가 원할 때 접속하는 주도권을 되찾으세요.
'설정'에 들어가서 나를 조종하려는 쇼핑, 배달, 게임 앱의 푸시 알림을 모두 끕니다.
3. 유튜브 '나중에 볼 영상' 떠나보내기⚰️
"언젠가 보겠지" 하고 쌓아둔 영상이 수백 개가 넘지 않나요? 그 '언젠가'는 영원히 오지 않습니다. 그 리스트는 지식이 아니라 봐야한다는 마음의 부채일 뿐입니다.
과감하게 리스트를 '전체 삭제' 하세요. 정말 중요한 영상이라면 언젠가 알고리즘이 다시 당신 앞에 데려다 줄 것입니다. 부채감을 없애야 진짜 보고 싶은 영상을 즐길 수 있습니다.
4. 2026년형 알고리즘 트레이닝 🤖
내 피드는 '과거의 내가 클릭한 흔적'입니다. 2026년의 내가 보고 싶은 풍경으로 알고리즘을 다시 교육시켜야 합니다.
내년에 관심 갖고 싶은 키워드 (예: 문구용품, 기록, 영어공부, 재테크, 요가)를 일부러 검색해서 영상 5개를 클릭하고 '좋아요'를 누르세요. 알고리즘에게 "나 이제 이런 사람이야"라고 알려주는 겁니다.
5. 노션/메모앱 '2025 보관함'으로 이사 가기 📦
정리 정돈의 가장 큰 적은 "완벽하게 분류하려는 욕심"입니다. 파일 하나하나를 열어보고 정리하다간 1년이 다 갑니다. '이사' 가듯이 한 번에 치우세요.
[📂 2025 Archive] 라는 폴더를 하나 만듭니다. 그리고 현재 바탕화면, 노션 메인 페이지, 메모앱의 모든 기록을 그 폴더 안으로 몽땅 드래그해서 넣으세요. 텅 빈 메인 화면에서 2026년을 시작하세요. (버리는 게 아니라 '치워두는' 겁니다.)
✅ 12월이 가기 전, 잡초 뽑기 리스트
리스트를 하나씩 지워나가는 쾌감을 느껴보세요. 꼭 모든 것을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리스트 몇 가지 만이라도 꼭 해보시길 바라요. 당신의 2026년을 위해 깨끗한 땅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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